[사설] 경운기를 운전하려면 필요한 것

강정훈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9/07/30 [14:14]

[사설] 경운기를 운전하려면 필요한 것

강정훈 논설위원 | 입력 : 2019/07/30 [14:14]

▲ 강정훈 논설위원/철학박사  

자격증이 범람하는 시대이다. 너무나 많은 자격증들이 넘쳐나기에 오히려 신뢰를 하지 못하는 역설을 만나기조차 한다. 그럼에도 어떤 영역이든지 고유의 전문성을 입증하는 좋은 방법은 여전히 자격증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간자격이 아닌 국가자격이라면 신뢰도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누군가 공인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그만큼 전문적인 사람임에 분명하다. 농업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자격증들이 존재한다.

 

경운기가 투덜거리듯 농로를 따라 이동하는 풍경은 최근에 들어와서는 예상만큼 보기 쉽지 않다. 다양한 농기계들이 세분화되면서 사용빈도가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농촌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경운기가 있는 그림을 연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경운기는 농촌을 상징하는 농기계이다. 하지만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지니고 경운기를 운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아니 경운기 면허증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운기를 운전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한 정식 자격명칭은 ‘농기계운전기능사’이다. 이 자격증은 요즘말로 가성비가 매우 높다. 하나의 자격증으로 이보다 많은 범위를 아우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농기계운전기능사’로 운전과 조작이 가능한 농기계의 목록은 제법 길다. 농용 트랙터, 동력 경운기, 콤바인, 이앙기, 동력 분무기, 동력 살분무기, 목초 수확기, 양수기, 예취기, 다목적 관리기, 농업용 굴삭기 등 무려 10가지가 넘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농촌살이를 하자면 가장 긴요한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1984년 시험이 시작된 이래로 2018년까지 25년간 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도합 2,781명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의 농업인구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수치이다. 올해가 지나야 비로소 3,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보니 이름난 고시들보다도 희소성이 높다. 난이도 최상의 그런 이유가 아니라 무관심 내지는 무신경의 탓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다른 차량들이 공존하는 도로가 아닌 농업공간에서 내 소유의 물건을 움직이는데 자격증 취득까지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선입견 또한 의외로 많다.

 

하지만 정당한 절차와 자격의 획득은 근대의 문법이다. 그러니 제대로 자격증을 취득하고서 농기계를 다루는 것이 떳떳한 일이다. 더구나 농기계를 자가 구입하기 보다는 필요한 시기에 임대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이니 자격증은 더욱 필수적이다. 각 지자체들 또한 이를 위한 교육을 확대하고 있으니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되겠다. 한편 이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쉽게 도전할만한 또 하나의 자격으로는 ‘농기계정비기능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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