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들녘 느티나무

"어이 어이, 김 농부, 잠시라도 쉬었다 가시게…"

김창승 시인 | 기사입력 2023/09/01 [10:25]

방광들녘 느티나무

"어이 어이, 김 농부, 잠시라도 쉬었다 가시게…"

김창승 시인 | 입력 : 2023/09/01 [10:25]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계실까? 방광마을 동구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는 아무도 아니계시고 가을비만 정거장처럼 들럿다 간다.

 

▲ 방광들녘 느티나무     ©김창승 시인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 아래 장기를 두던 농부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당산나무만 홀로 서서 산 구름을 보고 있다. 들녘에는 벼가 노랗게 익어가고 가을은 가까이 왔는데 짓궂은 가을비만 밤송이 떨어지듯 내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 회관이나 툇마루에 홀로 나무처럼 앉아 들녘을 살피고 계실 것이다. 

 

▲ 방광들녘 느티나무     ©김창승 시인

 

사람들이 손짓하며, "어이 어이, 김 농부, 잠시라도 쉬었다 가시게…"라고 부르는 것만 같아 나는 잠시 구름에 쌓인 마을을 뒤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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