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두문불출했더니 제일 보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은 금내리에 있는 작은 논이었다.
주인 발걸음 소리를 반기는 들녘은 물기를 끊은 채 금싸라기 황금빛을 엮어가며, 그야말로 대서사시를 쓰고 있었다. 이런 맛에 가을, 이런 멋에 가을 했겠지. 감탄사가 절로 나는 들판이다.
그런데 저 꼴은 무엇인가. 검은 멍 자국처럼 군데군데 말라 주저앉은 논의 상처는 처음이다. 고수들 논도 마찬가지이다. 논에서 평생 살았던 그들도 저런 잎마름 병은 처음이란다. 그렇게 뜨겁고 그렇게도 징글징글 비가 왔으니 견딜 수가 있었겠는가?
저만해도 다행이지… 농부네들 말씀이 흐리다 참 이상한 여름을 지나왔다. <저작권자 ⓒ 농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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