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폭설

산수유 골에 폭설처럼 매달렸던 산수유는 이제 사람들 마음에 추억이 되었고

김창승 시인 | 기사입력 2023/12/18 [13:22]

산수유 폭설

산수유 골에 폭설처럼 매달렸던 산수유는 이제 사람들 마음에 추억이 되었고

김창승 시인 | 입력 : 2023/12/18 [13:22]

"저기 동식이 아니여", "어디?", "쩌기 하우스 위에 까맣게 보이는 것이 사람 아니냔 말이여", "안 보이는데", "에끼 씨", "눈깔이 삐엇어~!". 산동 상위마을 사람들이 산수유 수확을 끝내고 마을 언덕에 있는 카페로 밀크커피 한 잔씩 하러 왔다가 하는 말이다. 

 

▲ 산수유  © 김창승 시인

 

"내가 옛날에 얘기했제, 저 사람이 산수유 박사여, 자네는 산수유 다 팔았어?", "사포 현무네는 산수유가 겁나게 달라붙어서 죽어 불라고 했다네", "열린 데는 폭설이 내렸고 안 온 데는 빈 가지뿐이라네". "그랑께 얼른 내다 팔아불어", "내가 산수유 20년 했는데 절대 안 올라, 안 팔다가는 똥금이 돼야 불어", "그랑께 무조건 팔아야 써", "그때그때 내다 팔아서 돈을 사는 것이 내 경험으로는 그것이 최고여".

 

달달한 라떼 커피를 마시며 그들만의 나때(나의 시절) 얘기를 한다. "나는 인복이 없어서 뜨거운 것을 못 묵어. 다른 집은 동생이며 친구들이 산수유 수확을 도와주는데 나는 혼자 혀야 써", "그라다본께 일할 때는 절대 안 아프다가 일이 없으면 아프기 시작한당께".

 

수길이네 집안 내력이며 조상 이야기, 뉘 집 초상 났음, 간밤 멧돼지 출현, 낯선 사람이 들어옴, 동네 사람이 입원한 어떤 병원 의사 새끼의 뻣뻣한 태도에 대한 분노, 동네 후배의 싸가지 없음과 보증 섰다가 망했다는 얘기 등 사는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 산수유  © 김창승 시인

 

현천과 상위마을 산수유 동네를 돌며 빈 절터처럼 횅해진 산수유 낭구를 보며 늦게 왔음을 후회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작은 카페는 산수유 그늘이 되었다.

 

산수유 골에 폭설처럼 매달렸던 산수유는 이제 사람들 마음에 추억이 되었고 나는 산수유 그늘에 앉아 그들의 붉은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의 라떼를 마셨다. 그 잠깐 사이에 산수유 숲에는 폭설이 솜이불처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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